국민대학교

기획특집
<대학생의 Must Do> ‘진짜공부' - E.L.S.

 

겨울방학이 벌써 절반정도 지나가고 있다.
대학생이 되면 방학 때 놀고먹을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생들은 겨울방학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한 학기를 열심히 살았으니 방학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쉬겠다거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던 학우들도, 경기침체와 취직걱정에 목소리가 작아진다.

겨울방학을 맞아 학생들은 다양한 계획을 세운다. 영어, 자격증, 알바, 봉사활동, 전공 공부 등을 비롯한 일명 스펙이라고 불리는 것을 높이기 위한 빈틈없는 계획이다. 학생에게 방학은 쉬라고 있는 게 아니라 자기개발을 하라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몸소 실감하는 때이다.
소중한 겨울방학에 다양한 계획을 실천하느라 바쁘게 보내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3일에 한 번씩 비슷비슷한 계획을 수정하면서 막연한 불안감과 무료함에 빠진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의 학생이든, 겨울방학 혹은 신년 계획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영어이다. 이제 영어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제다. 학생들은 허무한 방학이 되지 않도록 학원을 다니거나 뜻이 맞는 학생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토익공부나 회화공부를 하기도 한다.

특히 스터디는 공부와 정보공유 차원에서 효과적이고 영어 말하기 실력을 향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막상 스터디를 결성해도 스터디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우왕좌왕 하거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겪다가 시간을 보내고 결국엔 흐지부지 되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또한 공부하려고 모인 스터디 그룹이 자칫 친목 도모를 위한 모임으로 전락해 시간 낭비만 하는 경우도 있다. 팀원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스터디 그룹 활용법은 무엇일까.

 

 

영어스터디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 직접 만들려는 학생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1995년부터 시작되어 10년 넘도록 그 명맥을 이어오는 영어영문학과 내 유일한 어학스터디인 E.L.S.(English Language Study)를 만나보았다. E.L.S.에서는 영화 및 드라마 등등의 영상 매체를 이용하여 영어 공부를 한다. 원래 영문과 학생들이 모인 영문과 내의 스터디 이지만, 2008년 2학기부터는 타과생도 받고 있다.

 

 

“일단 저희는 오시면 다 좋죠~라는 말씀은 드릴 수 없구요. 분명한건 회화를 위한 기초를 쌓는 스터디이기 때문에 혹시 영어회화만을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따로 스터디를 하시는 게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같이 어학에 관심이 있고 영어회화를 배우는데 있어서 이러한 기초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계신분이라면 저희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영어영문학과 06학번 송지은

“안 들으시면 후회할걸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회화만 말한다고 갔는데 정작 비싼 돈 내고 회화학원가도 아는 게 없으면 말 못하고 맨날 하는 말만 똑같이 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면 실용적이기도 하고, 또 벌금에 대한 압박으로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되요.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영영사전도 맨날 봐야지 하면서 안 봤는데 같이 보면서 공부하니까 도움도 많이 되고, 다 각자 찾아서 공부하다 보니까 서로가 찾아본 것들을 공부하면서 스터디 원들의 생활이나 문화도 알게 된 것 같아요.”
- 교육학과 07학번 오지은

 

 

- 최신 영화·드라마 대본으로 공부

영어 말하기는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둘 이상의 팀원이 모여 역할극을 하거나 대본을 외우는 등 함께 공부하면 자신감과 영어 말하기 실력이 동시에 향상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스터디 그룹은 역할극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이용해 영어 회화 공부를 하면 재미도 있고 도움이 된다.
 
E.L.S.에서는 영화의 영어자막을 대본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영어자막만 나와 있는 걸 누가 말했는지를 조원들이 각자 맡고 컴퓨터로 작업한다. 교재를 스터디 원들이 직접 제작 하는 것이다. 이번 겨울방학의 교재는 ‘Employee of the month’(이달의 점원)이라는 영화다. 영화선정은 스터디 원들의 추천과 회의로 선정되는데, 개인의 취향대로 해리포터부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까지 갖가지 영화가 나와 웃음 짓기도 한다. 될 수 있으면 최신 영화로 선정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영화대본으로 등장인물의 성격, 행동 등을 영어로 말해보고 감동적이거나 실생활에 쓰일법한 대사, 현지인들만의 표현은 암기해서 단어와 함께 시험을 본다.

스터디 장인 영어영문학과 06학번 송지은 학생은 “영화 속에는 원어민들이 실생활에서 쓰는 표현들이 가득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즉, 직접 그들을 만나는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영화를 통해서 간접 체험을 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속 표현을 공부하다보면, 단순히 영어 단어와 문법의 조합을 구사하는 것을 넘어서 영어를 사용하는 이들처럼 표현해낼 수 있다. 또한, 보고 들으며 재미있는 줄거리를 토대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스터디 그룹 회원 수는 4~6명

스터디 그룹을 하기에 적합한 인원은 4~6명 정도다. 10명 이상의 많은 인원이 함께 공부하다 보면 한 사람이 말을 하는 기회가 지나치게 축소되고 여러 명이서 대화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지기 쉽다. E.L.S.는 5명의 스터디원이 매주 월, 수, 금요일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 국민대학교 북악관 7층 세미나실에서 스터디를 하고, 끝나고 같이 점심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며 친목을 도모한다.

학기가 시작되면 시간표를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이나 두 번 정도가 적절하지만, 방학 동안에 진행되는 스터디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로 자주 만나는 것이 좋다. 물론 공부 량을 조절하고 과제를 잘 분배해서 준비된 상태에서 모임을 가져야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 규칙과 벌금

E.L.S.의 규칙은 시간엄수, 영영 종이사전 지참과 단어장 구비, 참고자료 제공이다. 어렵거나 까다로운 규칙은 아니지만, 규칙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의외로 큰 차이를 드러낸다.
스터디 그룹의 리더인 “영문학과 수업을 들어도 사실 영한사전만 찾아보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스터디를 하면서 왜 영영사전을 봐야하는지를 알았다. 그냥 사전을 찾아보면 동의어로 나와 있는 단어들도 영영사전으로 찾아보면 그 의미가 다 조금씩 다른데, 그런 것들도 찾아보고 알 수 있고, 영화를 공부하니까 영어의 다른 면을 만난 것 같다.”며 특히 영영 종이사전의 효과가 탁월하다고 말한다.

E.L.S.에는 또한 다소 엄격한 벌금제도가 있다. 지각 벌금은 5.000원, 결석벌금은 10.000원, 시험 벌금은 한 문제 당 500원이다. 벌금의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방학이기에 학교에 가기 싫은 유혹도 이겨내고 지각, 결석을 마다하는 것은 물론, 쉬는 시간이나 스터디가 끝난 후에도 스터디 원들 모두 영어단어 외우기에 여념이 없다.

 

 

 

- 리더와 스터디그룹의 유지

뜻이 맞는 학생들이 뭉쳤다고 해도 공부를 하는 도중에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길 수 있기에 스터디 그룹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리더는 스터디 그룹을 와해되지 않도록 잘 이끌어나가고 그에 책임을 져야한다.
토익이나 문학이 아닌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 이 스터디에 참여했다는 송지은 학생은 1학년 때부터 이 스터디에 참여해서 4학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스터디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과연 95년도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이 스터디의 꾸준한 유지 비결은 무엇일까.
송지은 학생은
“영어회화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절에 95년도에 영문과 선배님이 시트콤을 가지고 스터디를 시작 했던 게 시초이다. 특별한 비결이라기보다는 대대로 내려온 스터디이기 때문에 교수님들께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시고 선배님들 또한 많기 때문에 잘 유지되는 것 같다.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으로 놀러갈 때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항상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고, 여러 가지 조언도 해주신다.”며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과 적극적 홍보라고 말했다.

 

 

코끝시린 겨울인데도 E.L.S.의 공부열기로 세미나실의 공기는 후끈했다.
1월 중순이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세웠던 계획들을 애써 고친 1월1일의 힘찬 계획도 작심삼일, 혹시 벌써 나태해 지지는 않은가.
작심삼일은 오래전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불치병이기에 그래도 삼일에 한 번씩 전의를 다지는 그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15번 남짓의 끈질긴 작심삼일로 남은 겨울방학을 더욱 알차고 즐겁게 보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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