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국민대웹진unik-스페셜]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uniK : 요즘에 TV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십니다. 시사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 등 출연하시는 프로그램의 종류도 아주 다양한데요, 이렇게 스케줄이 많아지시니까 어떠세요?
김태훈 : 돈을 많이 벌죠.(웃음) 좋은 점이에요. 수입이 많아지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기니까요.
 
uniK : TV 프로그램에 출연 하시고, 라디오 DJ도 하시고, 책도 쓰셨어요. 칼럼니스트로도 꾸준히 활동 하고 계시고요. 이렇게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국민대 홍보팀 트위터를 통해 보내주신 질문입니다.
김태훈 : 저는 89학번이에요. 그런데 졸업을 2009년에 했어요. 20년이 걸린 거죠.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많아서, 졸업장도 없이 96년도에 학교를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정식으로 첫 직장을 구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글 쓰는 일을 시작했어요. 음악을 원래 좋아했는데, 음악과 글을 매치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가 음악잡지에 글을 쓰는 것이었어요. 음악잡지 기자 생활을 하다가, 선배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서 음반사 홍보팀에 일종의 특채 형식으로 취업이 됐어요.
 
uniK : 대학 졸업장도 없이 팝 칼럼니스트로 능력을 인정 받아 음반사에 취직하셨는데,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김태훈 : 서른 다섯에 회사에서 사장님과 대판 싸우고 잘렸거든요.



 
 
uniK : (웃음)왜 싸우셨나요?
김태훈 :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가지고… (웃음) 저랑 스타일이 안 맞았죠. 어느 날 도저히 이렇게는 회사 생활을 못 하겠더라고요. 당시에 홍보 팀장이었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 젊었고, 미혼이었으니까 그만 둘 수 있었던 것 같아요.
 
uniK : 졸업장도 없이 어렵게 얻은 직장을 나오신 건데, 이런 풍파를 겪으면서 불안하지는 않으셨나요?
김태훈 : 사람은요, 지금 백억짜리 빌딩을 하나 가지고 있고, 건강검진 결과에 아무 이상이 없고,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다고 해도 늘 불안해요. 사람은 잃을 것이 많아지면 손발이 굳고 말을 조심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두려워지게 되거든요. 저는 잃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재미있어 보이는 분야에 돈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예전부터 저희 아버님이 들려주신 이야기 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운이라는 것은 공평한 것이다. 누군가 평생 운이 나쁘리라는 법도 없고, 누군가 평생 운이 좋으리라는 법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풍파를 만났을 때도 별로 좌절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일이 잘 풀릴 때 더 불안해요.(웃음)
 
uniK : 안정된 직장을 그만 두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때, ‘이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면 어쩌나’, ‘이것이 시행착오가 되면 어쩌나’ 싶어서 두려운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김태훈 : 100m 달리기 해보셨죠? 달리기를 하기 전에 출발점에 서 있으면 심장이 엄청나게 두근거려요. 총을 든 사람이 팔을 들어올릴 때까지도 심장이 벌렁벌렁거리잖아요? 긴장하고 겁이 나죠. 그런데 막상 총소리를 듣고 나서 달리기 시작하면 겁 따위 안 나요.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미친 듯이 그것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에게 ‘내 미래가 어떻게 될까’ 라는 고민은 머릿속에 없어요. 결승점을 향해서 달려가는 것뿐이죠. 고민이라는 것, 또는 불안이라는 것은 언제나 게으른 자의 몫이에요. 설령 인생이 내가 뜻한 바대로 가지 않는다고 해도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대학교 특강을 하면 “어떻게 하면 시행착오를 많이 겪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해요. 그러면 “바쁘세요?” 라고 물어봐요. 시행착오를 왜 안 겪으려고 해요? 시행착오가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서 버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목적지로 가면서 생긴 작은 경험들이 인생의 모든 경험의 총합을 이룰 텐데, 어떻게 정답만 쏙 골라낼 수가 있겠어요. 다른 길로 가서 실패를 경험해 봐야 관리자가 됐을 때, 또는 연애를 할 때, 아빠나 엄마가 됐을 때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거죠.
 
uniK :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다시 말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태훈 : 먼저,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요. 사실 교육은 인생의 어느 순간, 예기치 않은 패배가 다가올 때 그 패배를 어떻게 즐기고 이겨내느냐를 가르쳐 주는 것이에요. 그런데 부모님, 선생님은 “명문대에 가지 못하면, 대기업에 가지 못하면 너는 패배자야” 라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저는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일류 기업에 다녀 본 적도 없어요. 지금의 제 위치도 1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하루가 즐거워요. 그런 말이 있어요.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은 좋은 차를 가지고 나쁜 길을 가는 것이다.” 좋은 수레, 좋은 차를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가면 많은 깨달음이 있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좋은 차를 가지고 좋은 길을 간다? 그게 재미있을까요? 인생이 어떻게 평탄하게 죽을 것이냐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어떻게 즐겁게 살 것이냐의 문제이지.
 
uniK : 김태훈씨의 20대도 궁금해 지는데요. 김태훈씨의 20대는 어떠셨나요?
김태훈 : (고개를 저으며)아우, 전쟁이었어요 전쟁.



 
uniK : (웃음)왜 전쟁이라고 표현하시나요?
김태훈 : 제가 89학번이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그 때는 개인의 삶보다는 집단에 대해서 고민을 하던 시절이었어요. 제가 학교에 들어간 지 한 학기 만에 총학생회장이 죽었어요. 국과수 발표는 단순 익사인데, 사체를 보면 고문 자국이 너무 선명한 거죠. 그만큼 복잡했던 시대였어요. 내가 속해있는 사회와 환경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개인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힘들었죠. 개인의 쾌락 따위는 죄악시 되던 분위기도 있었고요. 그 시기에 제가 했던 활동이 모두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uniK : 너무 치열했기 때문인가요?
김태훈 : 그렇죠. 그런데, 그 때는 어떠한 사안이나 생각 하나를 끝까지 밀어 붙이면서 고민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나와 세상에 대해 사유했고 많이 고민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일관된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고요.
 
uniK : 다양한 분야에 일관된 시선을 갖고 계신다는 것에 대해 동감합니다. 시사토론 프로그램과 예능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하는 방송인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웃음) 그런 내공이 하루 이틀 안에 쌓인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통찰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다면? 국민대 홍보팀 트위터를 통해 들어온 질문입니다.
김태훈 :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그런 걸 다 아세요?” 라고 물어보는데, 제 입장에서는 ‘정말 저런 걸 어떻게 다 알까?’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저 세상을 향해 계속 안테나를 세우고, 시선을 옮기며 늘 새로운 것을 쳐다보고, 그것을 알아 보려고 노력하는 거지, 특별한 방법 따위는 없어요.
 
uniK : 앞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김태훈 : 젊은 남자들에게 가장 큰 공포는 군대 가기 전 날이에요. 그런데 막상 가보면요, 6시간만 지나면 그 공포는 다 극복돼요. 왜냐하면 익숙해지기 때문에.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대체 되어야 하는 거죠. 제가 암벽등반을 해요. 암벽등반을 시작했을 때 인수봉 꼭대기에 매달렸는데, 공포가 정말 엄청나게 엄습해왔어요. 800m 절벽에 매달려 있는데 ‘이게 뭘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 돈을 주고 장비를 사서 왜 여기서 이런 미친 짓을 하고 있나 라는 생각도 들고.(웃음) 그런데 한 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이 인수봉 꼭대기에 매달려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이 굉장히 희열이더라고요.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건, 낯선 것에 대한 공포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해요. 공포는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모르기 때문에 배울 수 있잖아요.




 
uniK : 김태훈씨의 20대 이야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요, 치열하게 20대를 보내셨다고 이야기 하셨지만, 그래도 20대에 못해 본 것이나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태훈 : 여행을 많이 가지 못했어요. 지금처럼 여행이 자유롭고 일반화 되지 않았던 시대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영민하고 예민하던 20대 시절에 많은 여행을 통해 낯선 거리와 낯선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죠. 연애도 좀 더 해볼걸 하는 생각도 들고.(웃음)
 
uniK : 20대에는 어떤 연애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지금 20대를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김태훈 : 제가 연애에 대한 책을 쓴 사람이지만, 20대에는 연애에 대해 배우지 마세요. 자기만의 방식으로 속앓이를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해요. 운전을 할 때 유능한 운전수가 옆에 앉아서 길을 알려주면 그 동네의 지리를 외우지 못해요. 때로는 낯선 벽에 부딪혀 보고, 어디선가 길을 잃어버리고 버벅대 봐야 그 지리를 외우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열렬히 사랑해 봤으면 좋겠어요. 20대의 사랑이 인생 전체의 사랑은 아니라는 것도 이해했으면 좋겠고. 아파서 울어 봐야 누군가에게 해줄 이야기도 있는 거죠.
 
uniK : 국민대 웹진 이번 호의 주제가 ‘열정’ 입니다. 20대가 열정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태훈 : 열정은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에요. 그런데 왜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부르짖을까요? 저는 재미없는 것에 매달려 있으니까 열정이 안 생긴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면 다 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 옆에 옆에 있는 사람도 다 열심히 해요.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지치는데, 그 상황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어떤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지쳤을 때도 그 일을 여전히 좋아하기 때문에 그 일을 계속 한단 말이죠. 그런데 그 일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은 지쳤을 때 바로 포기하게 돼요.
 
uniK : 열정을 가지려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김태훈 : “내 삶에 열정이 없어” 라는 말은 지금 하고 있는 공부나, 하고 있는 일이 나와 안 맞는다는 뜻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기회비용을 제공하면서까지 열심히 할 수 있죠. 하루에 잠을 두 시간만 자고 스물 두 시간을 매달려 있을 수 있는 거에요. ‘젊을 때는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말이 좋죠! 내가 안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열심히 해요?





uniK : 어느 순간 지치거나 열정이 식는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럴 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김태훈 : 계속 자극을 받아야죠. 그러려면 안 보던 영화, 안 듣던 음악을 들어야 해요.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 리스트를 보고 자기가 보고 싶은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 보세요. 그리고 거꾸로 보기 시작해요. 아무리 쓰레기 같은 영화라도, 내가 모르던 세상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이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오늘 매니저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최근에 왜 이렇게 심심하냐?” 그랬더니 “형님, 일이 많아지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는 거에요. 그래서 일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3일만 시간을 빼달라고 했어요. 어딜 좀 가야겠다고.
 
uniK : (웃음)어딜 가시려고요?
김태훈 :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안 가본 데를 가봐야겠죠. 그리고 더 재미있게 놀려면 더 공부해야 해요. 저도 그래서 대학원 입학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번 학기에는 아마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uniK : 어떤 공부를 하시려고요?
김태훈 : 글에 대해서 공부를 더 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제가 나이가 한참 더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뭘지 생각해 보면, 결국 글이거든요. 글을 쓰는데 정식화된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번 체계를 잡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uniK : 10년 뒤, 혹은 20년 뒤의 김태훈은 어떤 모습일까요?
김태훈 : 한 가지 직업, 한 가지 일에 저를 묶어 두고 싶지는 않아요. 많은 분들이 저더러 “팝 칼럼니스트시죠?” 라고 물어 보시는데, 그건 지금이에요. 10년 후에 제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을지는 저도 몰라요. 지금 하는 일이 또 다른 직업을 갖게 하기 위한 어떤 발판이 될 수는 있겠죠. 지금은 팝 칼럼니스트고, 방송을 하고 있지만, 10년 후에 다른 일을 하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 그 때를 충분히 즐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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