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일터삶터] 스포츠, 시간과의 싸움 / 이기광(체육학부) 교수

야구와 골프, 배구와 테니스 등 몇몇 종목을 제외한 대부분 스포츠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의 제약이 없었던 이러한 종목들도 경기가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규칙을 바꿔 신속한 진행을 요구하고 경기 시간 단축을 유도하는 추세이다. 시간과 직접 싸우는 스포츠로 달리기, 수영, 스케이트, 자전거, 조정 등 일정한 거리를 미리 정해놓고 누가 먼저 결승점에 도달하는가를 경쟁하는 형태가 있다.
 
이러한 레이스 경기에서 선수와 지도자들은 단 0.01초라도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와 노력을 한다. 단거리 종목에서는 빠르게 자신의 몸을 앞으로 전진시키기 위해 근육이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 즉 파워를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을 한다. 육상 선수들이 자신의 몸 뒤에 무거운 타이어를 묶거나 코치가 뒤에서 강력한 고무줄로 당긴 상태에서 달리기 연습을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발로 지면을 강하게 박차고, 뒤에 있는 다리를 재빨리 몸 앞으로 가져오는 데 동원되는 다리와 복부 근육들의 파워를 증가시키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의 일부이다. 

다음으로는 그들이 수행하는 스포츠 동작이나 레이스 전략에 있어서 비효율적인 요소가 있는가를 찾아내서 이를 줄이고 최대한 효율적인 동작이 되도록 고치는 일이 중요하다. 아무리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더라도 이러한 에너지가 앞으로 빠르게 전진하는 것과 상관없는 곳에 쓰인다면, 즉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면 결코 좋은 기록을 낼 수 없을 것이다. 지난 리우 올림픽 남자 육상 400미터 계주에서 주자 4명 중 100미터를 9초대에 뛰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일본팀이 미국을 꺾고 은메달을 획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은메달은 동양인이 갖고 있는 근파워의 한계 안에서 효율적인 달리기 동작과 바톤 터치 등을 오랜 시간 끊임없이 연구하고 훈련을 반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 많은 구기와 투기 스포츠 종목들이 정해진 시간 동안의 점수 득실로 승패를 결정하는 경기 유형이다. 농구 경기에서 0.1초를 남겨 놓고 3점 슛으로 승부가 역전되는 경우, 축구 경기 인저리 타임에서 세트플레이로 결승골이 나오는 경우, 미식축구에서 단 1초만을 남겨두고 기상천외한 작전으로 대역전을 하는 경우 등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스포츠의 또다른 묘미다. 선수와 지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작전 훈련을 수없이 반복하며, 실제 상황에서 감독은 신속하게 판단을 내려 최상의 작전을 지시해야만 한다.

모든 국민들에게 커다란 아픔을 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을 맞았다. 이 비극의 핵심은 국가가 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러한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미리 제도적으로 안전 시스템을 준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많은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에 대통령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팀의 승패가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딴짓을 하거나 경기에 무관심한 감독은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원문보기 :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11206132974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