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北은 '한국 빠진' 대동강의 기적을 원한다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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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 위협이 사라진 한반도에서 남북을 아우르는 경제 공동체는 대한민국이 만든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희망을 표시하는 것으로는 듣기 좋다. 하지만, 북한의 내부 정치 상황으로 볼 때 대한민국은 '대동강 경제 기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조용히 실시되는 시장화 개혁 덕분에 북한 내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 새로 지은 아파트도 많고, 김정일 시대에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자가용 차까지 생기고 있다. 북한 당국자들이 단속과 탄압을 그만두고 암묵적으로 시장화를 장려하기 시작한 것도 당연히 경제성장을 촉진했다. 필자는 김정은 정권이 '북한식' 개발 독재 모델로 조심스럽게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북한 서민들의 생활 개선이란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북한식 개혁에는 한계도 많다.
한계 중 하나는 북한 엘리트 계층이 경제성장을 원하지만 정치적 안정과 체제 유지를 절대적 전제 조건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들은 경제성장을 가속하기 위해 정치 안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정책을 절대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엘리트층은 체제가 붕괴하면 권력을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체제 유지를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시한다. 따라서 김정은의 정책은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과 달리 '개방 없는 개혁'이다. 북한 정권은 시장경제를 장려하면서도 주민 감시를 완화하지 않았고 쇄국정책도 엄격히 실시하고 있다. 북한 민중이 외국의 생활을 알게 되면 앞선 수령들이 실시한 정책의 실패를 깨닫고, 체제 및 엘리트 계층에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가 북한 결정권자들이 최악의 재앙으로 생각되는 혁명, 체제 붕괴, 독일식 흡수 통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니 정치적 안정 유지를 위해 주민들이 외국 사정에 대해 잘 몰라야 하고, 외국인과 접촉하는 일도 될 수 있는 대로 막아야 한다. 북한 엘리트층이 볼 때 한국만큼 위험한 나라가 없다. 분단 직후만 해도 북한보다 상황이 어려웠던 한국이 그 후 이룬 눈부신 경제적 성공은 북한의 실패를 더 도드라지게 한다. 김정은은 실패를 거듭해온 시대착오적 정책을 점진적으로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세습인 탓에 과거 참담한 실패 책임이 김씨 일가에게 있다는 것을 주민이 깨닫게 되면 김정은 정권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은 한국과 교류를 하더라도 '남조선에서 오는 위협'을 관리해야 한다. 그 방법은 한국인 직·간접적 접촉을 '순수 외국인'과 접촉하는 일보다 더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지난 5일 말라리아 치료 원조까지 북이 거부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통제는 남북 교류 규모를 제한한다. 예를 들면 한국 투자자들은 공장을 방문했을 때조차 노동자와 직접 대화할 수 없고, 순수한 기술적 문제조차 노동당 또는 국가보위부를 거쳐야만 해결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해서 남북한 주민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은 개성공단과 같은 고립된 공업단지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의 통제가 남북 교류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걸림돌은 될 것이다. 한국은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갖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북한의 경제성장을 도와줄 수 있지만, 대동강 경제 기적을 일으킬 중심 세력은 아니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1/2017061101793.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