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전국법과대학교수회 “헌법개정, 국민 공감대·합의 얻어야”/ 회장 이호선(법학부) 교수

‘2018 개헌의 쟁점과 과제’ 워크숍 갖고 다양한 논의
 정극원 교수 “개헌특위서 다수결 졸속 개헌은 안 돼”

개헌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과 공동체의 큰 틀을 거시적으로 조망해야 할 조항에서 개헌 특위 관계자들만이 다수결로 졸속 결정해서는 안 되며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헌법상의 대통령제를 두고, 권력집중에 따른 제왕적 형태를 띠고 있다는 비판이 이만저만 아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과 탄핵 역시 현 대통령제의 폐단이 이끈 비극의 일부분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 이같은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며 개헌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 때마침 전국 법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법과대학교수회(회장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 교수)’가 12일 양평 더힐하우스에서 「국민편에서 봐야 하는 2018 개헌의 쟁점과 과제」라는 ‘2017년도 하계 워크숍’을 열고 헌법개정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 ‘전국법과대학교수회(회장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 교수)’가 12일 양평 더힐하우스에서 「국민편에서 봐야 하는 2018 개헌의 쟁점과 과제」라는 ‘2017년도 하계 워크숍’을 열고 헌법개정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정극원 교수(대구대학교 법과대학, 전 한국헌법학회장)는 ‘헌법개정의 비사와 향후 개정쟁점’이라는 발제를 통해 헌법 제·개정 과정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향후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세상에는 근본을 알지 못해 혼란스러우면서 나머지를 제대로 해내는 사람은 없다’라는 대학(大學)의 한 구절을 인용한 뒤, 법학자들의 헌법개정에의 적극적인 참여도 독려했다.

정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개정절차, 헌정사(공화국별 정리) 등을 상세히 소개한 뒤 헌법개정의 내용과 비사로 주제를 옮겨갔다.

▲제1공화국(제헌국회, 제2대 국회-발췌개헌 / 제1차 개정, 제3대 국회-4사5입 개헌 / 제2차 개정)

▲제2공화국(1960년 대통령:윤보선, 국민총리:장면 / 제3차 개정)

▲제3공화국(1961년 대통령권한대행:박정희 의장, 1963년 대통령:박정희 / 제4차에서 제6차 개정)

▲제4공화국(1972년 유신헌법 대통령:박정희 / 제7차 개정)

▲제5공화국(1979년 대통령:최규하, 1980년 대통령:전두환 / 제8차 개정)

▲제6공화국(1988년 대통령: 노태우 이후~ / 제9차 개정)

각 개헌 시마다 배경과 결과, 그 속에서의 비사 등을 설명하면서 헌법개정에서의 직접민주주의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정 교수는 현 시점에서 헌법 개정이 무난히 이뤄질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 이유는 개헌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며, 합의가 돼도 정파간 이해관계가 치열할 것이며, 그럼에도 개헌절차가 진행될 경우 과연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공감대를 담은 내용을 이룰 수 있겠나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현재 국회가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한 상황이며 각계 전문가 53명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개헌내용을 담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대립할 것이며 또 현 정치권에서는 통치구조를 포함한 전체개정보다 기본권 개정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도 추가적인 이유가 된다.

정 교수는 “기본권은 현 내용으로 충분하고 크게 불편한 것이 없다. 따지고 보면 기본권 개정이 급선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를 개정하겠다는 것인데, 그럼 왜 개헌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즉 민감한 통치구조 개정은 기피한 채 기본권 개헌에만 손을 덴다는 것은 개헌으로서의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전국법과대학교수회(회장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 교수)’가 12일 양평 더힐하우스에서 「국민편에서 봐야 하는 2018 개헌의 쟁점과 과제」라는 ‘2017년도 하계 워크숍’을 열고 헌법개정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발제를 맡은 정극원 교수는 정치권의 졸속 개헌을 지양하고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이룰 것을 주문했다.

헌법개정은 엄청나고 막중한 일이라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헌법은 최고법으로서 개정과정에서는 국민의 참여가, 개정결과에서도 국민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 유일하게 국회에서 실명의결이 이뤄지는 것도, 내용의 신중성과 후대의 평가를 담기 위한 것으로 그만큼 중요한 국가대사(大事)라는 것이다.

개정심의 과정에서 내용상 이해충돌을 개헌특위간의 다수결로 해결할 일은 결코 아닐뿐더러 전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개헌특위와 같은 위원회의 오래된 문제점이, 단일화만을 만들어 투표를 부치는데, 서로 상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할지, 이 때 위원회가 다수결로 결정하게 될 경우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찬, 반 이외에는 결정권이 없게 된다”며 “국민들이 깨어 있어야 그 과정에서 찬반을 주장할 수 있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 등 법학자들도 이에 참여, 공론화로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번 개헌에서는 국민들이 보다 읽기 쉽고 이해하기도 쉽게 서술할 것도 주문했다.

그럼 어떤 내용들로 개정돼야 할까. 정 교수는 규정자체의 모순과 상충 조항, 권력구조, 헌법기관 개편 등에서의 개정에 초점을 뒀다.

“환경권, 명백한 ‘자유권’으로 강화해야”

헌법 제35조는 제1항에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2항에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 제3항에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환경권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환경권은 자유권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헌법상에는 사회권의 장에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여지가 있고 또한 제1항의 규정방식에 있어서도 전단에는 ‘국민은 권리를 가지며’라고 규정하면서 그 후단에도 ‘국민은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해 권리임과 동시에 의무가 되어 상호 모순적인 조합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깨끗한(또는 인간다운)자연환경을 향유할 권리를 가지며’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고 제2항의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는 표현은 ‘환경권의 내용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민이 환경권을 가지는 이상 그 기본권의 내용에 따른 행사는 당연한 것으로 법률로써 환경권의 행사를 구체화할 어떤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제35조 제3항은 환경정책과 사회보장정책을 혼동한 것으로써 그 위치는 환경권을 규정한 제35조가 아니라 사회보장의 근거규정인 제34조로 이동시킬 것을 주장했다.

“대통령선거, 단일후보 ‘유권자총수’의 3분의 1이상”

헌법 제67조에는 대통령선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제1항에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제2항에 ‘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는 자를 당선자로 한다.’ 제3항에 ‘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에 다수득표자가 2인 이상인 경우 예외적으로 보충적 간접선거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경우까지를 헌법사항으로 규정할 것은 아니라는 것. 따라서 현실적으로 필요치 않을 뿐더러 만약에 필요성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헌법에 규정할 것이 아니라 공직선거법에 규정하자는 것이다.

또한 제3항에는 단독후보자의 경우에도 선거참여자의 과반수 득표가 아니라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이상의 득표를 규정하고 있다. 만약 단독후보의 경우 투표참여율이 예컨대 60% 미만인 경우에 참여자 기준으로 과반수의 득표를 하였다하더라도 계산상 3분의 1이상의 득표를 할 수 없게 돼 헌법상으로 대통령을 선출할 수 없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유권자총수의 3분의 1이상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했다.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등의 ‘이중배상금지’ 삭제”

헌법 제29조 제1항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 제2항에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 교수는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등에 대해서만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다른 직종에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비교하여 볼 때, 이는 명백히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제29조 제2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단서규정은 헌법적 근거를 상실하게 돼 당연히 위헌이 돼 폐지되게 된다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 국가의 적극적 처우 필요”

헌법 제39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에는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 교수는 “헌재는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등 위헌확인에서 가산점제도를 위헌으로 선언해, 소극적 조치로 이해하고 있다”며 “동 조항이 소극적 조치를 취하는 정도의 규범력만을 가지는 것에 불과하다면 헌법에 조문으로 규정할 필요조차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 경우, 어떠한 적극적 정책도 추진하지 않는 것은 복지국가 정책과 비교해서도 국가의 의무를 해태하는 것”이라며 제39조 제2항을 ‘국가는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하도록 노력을 하여야 한다’로 개정해 소극적 불이익 처우의 금지를 넘어 국가의 적극적인 책무로서의 노력을 강조했다.

“임기제 총리(책임총리제), 가장 타당할 수도”

통치구조와 관련해서는 책임총리제가 가장 합리적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정 교수는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하자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하여 국민통제를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4년 중임의 경우에도 선출된 대통령은 당선과 거의 모든 권한을 재선을 위하여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의 임기시작은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의 시작이 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2원정부제와 의원내각제에 대해서는 “이러한 정부형태는 엄격한 삼권분립을 전제한 양당정치의 극한 대립의 대통령제보다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권력구조의 변경은 실험이 되어서는 안 되고 검증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도입을 섣불리 할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임기제 총리(또는 책임총리)’의 도입도 주장되고 있다. 정 교수는 “임기가 보장된 총리제는 대통령의 권한독주를 상당부분 견제할 수 있다”며 “국회구성에 있어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당에게 임기제 총리 선출권을 주는 경우에 그 효율성이 있는 제도”라고 견해를 밝혔다.

“헌법재판관 국회 동의 필요, 대법원장 대법관 제청 폐지”

정 교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에서 법관 외에도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또 전원에 대한 국회동의도 주장했다.

그는 외국의 사례를 든 후 “재판관 자격에 법관자격을 필요로 하게 한 것은 헌법재판과 어울리지 않는 제한이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했고 “재판관에게는 국회의 동의를 요하게 하지 않고 헌법재판소 소장에게만 국회의 동의를 얻게 하는 것은 대법관 전원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것과 비교해서도 불합리하다”고 했다.

대법관 임명과 관련해서는 대법원장의 제청을 폐지하자고 했다. 이는 법원 전체를 대법원장 1인의 지배체제로 만들 수 있는 독소조항으로, 법원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

정 교수는 “헌재 소장은 헌재 재판관 임명에 관여하지 못하고 또 헌재 소장은 자주 소수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며 “이는 헌재 소장의 주장을 따르지 않는 재판관이 많기 때문인데 대법원장은 소수의견을 개진한 예가 없다. 제청과의 관련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감사원의 소속을 대통령에서 국회 산하로 옮길 것도 제시했다. “공무원직무감찰과 회계검사를 주된 업무로 하는 감사원의 기능은 그 자체 독자적 성격을 지녔다고 보기보다는 그 무엇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며 “국회가 국정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줄 각종 자료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감사원이 하고 이를 토대로 국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무원의 직무감찰과 국가기관의 회계검사는 타 헌법기관의 의한 통제가 필요하고 요구된다”며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이 행정부 소속형 내신 독립기관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나 영국이 의회의 소속으로 두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헌법 전문 개정의 경우에도 국민적 합의와 정당성도 담보돼야 한다고 했다. 헌법 전문에서 4.19민주이념의 경우 ‘불의에 항거한’이라는 조건이 있기에 가능했듯이 근대사에서 굵직한 사건들의 가치와 이념을 담을 경우 어떤 조건을 붙일 수 있을지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후 진행된 종합토론 등에서는 평화헌법의 가치 강화, 헌법재판소장 임기 등 다양한 논의도 있었다.

앞서 이호선 회장은 개회사에서 “현재 헌법개정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대학의 법학자들이 침묵을 해서는 안 되기에 의견을 모아 올바른 개헌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이번 워크숍의 배경을 전했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개헌 관련 TF 구성해 개헌의 내용과 방식 등에 관해 정치권과 별개로 합리적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학계 차원의 백서 발간도 준비 중이다.



원문보기 :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