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이상 기후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8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실 CES 행사 전 라스베이거스의 날씨는 따뜻한 봄날에 가까웠다. 하지만, 개막 전날부터 라스베이거스에 비가 내리면서, CES 2018 행사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개막 첫 날 CES 컨벤션 센터에는 물이 새고, 구글 전시장에 물이 차기도 했다.
개막 첫 날 취소된 자율주행 행사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사막 기후에 가까운 라스베이거스는 자율주행에 최적의 도시이다. 이 때문에 라스베이거스는 CES와 맞물려 자율주행의 핵심도시로 부상한 바 있다. 그동안 CES 행사에서 수많은 자율주행 행사가 진행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CES 2018 개막 첫 날 내린 비는 자율주행에도 영향을 주었다. 미국의 씨넷은 CES 2018 개막 첫 날 자율주행 버스인 나비야(Navya)의 자율주행 운행이 취소되었다고 보도했다. 많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 자율주행 차량의 운행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관련 행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비와 눈에 취약한 라이다 센서 2017년 국내 모 자율주행 행사에서도 흐린 날씨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자율주행차량이 장애물을 들이받은 일이 있었다. ‘가랑비가 내리기도 했었다’라는 행사 관계자의 말로 볼 때 센서 인식 시스템의 오작동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자율주행의 핵심 역할을 하는 라이다 센서는 레이저를 물체에 쏜 후에 반사되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하는 원리를 사용한다. 동시에 수많은 레이저를 쏜 후에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하여 주변 환경을 인식하게 된다. 반사를 이용하다 보니, 라이다 센서는 비나 눈에 약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카메라도 어느정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레이더 센서의 역할이 중요해 진다. 다만 현재의 차량용 레이더 시스템으로는 비나 눈이 내리는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례로 보는 센서 및 인식 시스템의 문제
자동긴급제동(AEB, Autonomous Emergency Braking) 기능은 앞 차나 보행자를 인식하여 정지함으로써, 사고를 줄여주는 편리한 기능이다. 유럽에서는 2015년부터 신차안전도평가에 이 항목이 추가되었으며, 2018년부터 의무 장착이 시작된다.
그런데, 지난 2015년에 자동긴급제동 차량에 대한 대대적인 리콜이 진행된 바 있다. 금속펜스나 가드레일을 차량으로 오인하여 급정지하는 위험성에 대한 리콜이다. 레이더만을 이용하여 앞 차와의 거리를 인식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카메라와 레이더를 같이 사용할 경우에는 카메라가 차량을 인식할 수 있어서, 오작동 위험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2016년의 테슬라 자율주행차량 사고는 카메라만을 사용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는 평가가 많다. 카메라가 흰 차의 옆 부분을 하늘로 오인식했다는 분석이다. 레이더가 적절하게 동작했으면 문제가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센서 및 인식 시스템 발전의 필요성
현재 스마트카나 자율주행 차량이 사용하는 센서는 모든 경우에 동작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지 않다. 이 때문에 센서 및 인식 시스템의 발전이 일차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는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센서의 조합이 강조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센서의 탑재, 특성이 다른 센서의 적절한 조합, 새로운 센서 시스템의 개발, 날씨 등 여러 상황에 대한 학습이 종합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자동차사들은 현재 센서 시스템과 인식 시스템이 가지는 한계를 명확하게 소비자들에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테슬라 사고와 같이 현재 제도 상으로는 차량의 기술적인 결함도 소비자가 책임지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자율주행차를 위한 제도 변경 논의가 여러나라에서 진행 중이다. 대체적으로, 자율주행 시에 제조사와 운영사의 책임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레벨 3 상용화를 선언한 아우디도 관련 제도 변경을 전제로 들었다. 즉, 레벨 3 상황에서 운전자 주시 의무에 대한 제한이 없어져야 아우디 레벨 3 기능의 운행이 가능해 진다. 물론, 아우디 A8에는 현재 상용화된 차량보다 많은 센서가 장착되어 있다.
전세계적인 이상기후는 CES 2018의 자율주행행사에도 영향을 주었다. 앞으로, 업체의 기술 발전, 정부의 적절한 제도, 소비자의 감시의 조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구민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솔루션 전문기업 ㈜네오엠텔의 창업멤버였고, 이후 SK텔레콤에서도 근무하는 등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다. 현재 국가기술표준원 자동차전기전자및통신전문위원회 위원장, 한국자동차산업협회 IT와 자동차융합연구회 위원장, ㈜유비벨록스 사외이사, 한국멀티미디어학회 부회장, 대한전기학회 정보 및 제어부문회 이사,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이사를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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