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디자인경제] 한글경제학 / 장기민(디자인대학원 석사 19) 학생

한국어가사로 녹음된 BTS의 음악과 한국어로 제작된 영화 기생충은 세계적으로 정상급 대우를 받으며 전 세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BTS는 단시간에 전설적인 팝 가수 비틀즈 마저도 뛰어넘을 정도의 많은 기록들을 세웠고, 영화 기생충은 비영어권 영화 중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2012년 강남스타일로 미국 빌보드차트에 오른 가수 싸이는 한국어로 녹음된 음악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전 세계 팬들은 무슨 뜻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며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췄다.

세종대왕을 통해 1446년 한글이 반포되어 600년 가까이 대한민국의 언어로 자리매김 해 왔지만 사실 우리민족이 한글을 사랑하게 된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1980년대까지 대한민국에서 발행되는 거의 모든 신문에는 한글뿐 아닌 한자로 대부분의 기사가 쓰여 있었고 때문에 한글만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해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한글이라는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 그를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했기 때문일까. 우리는 한글과 더불어 중국의 한자를 추가로 익혀야만 신문을 읽을 수 있었고, 관공서에서 서류를 뗄 수 있었다. 세종대왕은 어려운 한자어 때문에 발생하는 문맹률을 줄이고 의사소통의 편의성까지 증대시킬 목적으로 한글을 창제하셨는데 20세기말까지의 우리국민들은 경제성 없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중국의 한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에도 전해져 문화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하지만 한자어는 한국과 일본 양쪽 모두에게 적합하지 않은 언어였다. 우리가 훈민정음으로 문자의 혁명을 이뤄낸 것과 달리 일본은 한자에 부단히 적응하면서 문자와 언어의 부적합성을 해결해보고자 했다. 결국 일본은 한자 외에도 히라가나와 가타가나의 두 가지 표음문자를 추가로 만들어야만 했고 덕분에 일본의 언어는 매우 복잡한 체계가 되었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문자를 입력할 때 중국의 경우는 먼저 알파벳으로 발음을 입력하고서 그 발음에 해당하는 여러 한자들 중 하나를 고르는 번거로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본어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한글은 자음과 모음 기본구성으로 자판 내에서 모든 단어를 완성해낼 수 있고 소리를 내기 편하며 정보전달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알파벳을 모르고서는 자국어를 화면에 쓸 수 없는 다른 나라의 사정과는 달리 우리는 한글을 사용하여 한국어 뿐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단어를 쓸 수 있고 또 발음할 수 있다. 영어의 알파벳처럼 하나의 단어를 완성하기위해 가로로 길게 지면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한글은 마치 블록을 쌓는 레고처럼 때로는 쌓아올리고 때로는 빼내면서 지면의 적은 공간 안에 뚜렷한 음절을 완성해낸다.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은 2009년부터 한글을 자신들의 공식문자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찌아찌아족의 토착어를 표기하던 알파벳을 포기하고 한글로 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글의 편의성과 구조적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사례이다. 실제로 한글은 대부분 배우기 시작하면 반나절 안에 이해할 수 있고, 어리석은 사람일 지라도 열흘 안에 배울 수 있다는 말이 훈민정음 서문에 쓰여 있을 정도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을 알고 있고 한국의 문화에 열광하고 있으며 더욱 구체적으로 열광하기 위하여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까지 대한민국은 신문지면에 한글이 아닌 한자를 섞어가며 그 한자를 아는 사람에게만 기사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특권을 제공했고, 한자를 이해하는 사람은 더욱 특권의식을 가지고 지식의 불평등상황을 즐기며 지냈다. 결국 우리민족은 지난 세월동안 한자 없이는 미디어에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과 대등한 위치를 넘보는 동양의 중국도, 세계 경제2위인 동양의 일본도 서양 알파벳 없이는 본인들의 언어를 화면상에 표현해 내지 못한다. 한글은 알파벳 없이도 자유자재로 표현하고 발음하며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이처럼 우수하고 편리한 문자를 가진 민족으로서 우리는 얼마만큼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 한번 돌아보아야 할 때다.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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