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현대차에 '제2의 기회'를 / 유지수 (경영)교수

현대차그룹이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한다.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환율이 70원 하락하면 영업이익이 5000억원 이상 감소한다고 한다. 내수도 문제다. 국제유가가 10달러 상승하면 국내 자동차 수요는 약1만5000대 이상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입차의 국내시장 공략도 심상치 않아 국내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150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자동차 1조원어치가 생산되면 약 1만5000명에 달하는 고용이 유발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작년에 우리나라 대표 산업인 반도체산업은 49억달러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데 비해 자동차산업은 연간 332억달러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또한 5000개 이상 부품기업을 지탱하고 있는 완성차 메이커가 무너진다고 하면 국가사회는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 없이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요원한 이야기다.

법을 어긴 것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대로 처리하는 것이 법치국가에서는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법 집행이 국가경제 기조와 국민 복지를 위협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상황이 현대차그룹 경영공백 장기화로 이어진다면 자동차산업과 국가경쟁력에 엄청난파장을 줄 수 있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 시나리오는 외국 기업이 현대차그룹을 인수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흔들린다면 이를 가장 좋아할 국가는 아마도 일본과 중국일 것이다. 특히 자동차산업 육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중국에 현대차그룹은 너무나 좋은 먹잇감이다. 국내 자동차 기술이 중국으로 급속히 유출되고 있다는 것은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나마 우리나라 자동차가 중국 자동차에 비해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기술력 우위가 상실된다면 국내 자동차산업 기반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국가경제적으로 중요한 산업이 외우내환에 시달리고 있으니 매우 걱정스럽다. 자동차산업에서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비단 국외투자뿐만 아니라 신자동차 개발과 같은 결정에서도 경쟁사보다 신속한 결정을 하는 것이 성공을 좌우한다. 이것이 자동차산업에 있어 책임감 있는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20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투자 계획도 조속히 집행해야 하고 환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국외투자도 계획대로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경영시스템이 아직 미비한 현대차그룹에 그룹 회장 부재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혹자는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볼 때 현대차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세계시장의 경쟁자들은 그렇게 오래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회장 부재가 현대차그룹을 위기에서 구해내리라는 것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위험한 대안이다. 모험과 실험을하기에는 자동차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크다.

현대차그룹이 시스템 경영에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시스템 경영은 현대차그룹이 지속적으로 구축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그룹 회장 공백은 현대차그룹의 치명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에 주어져야 할 것은 제2 기회(second chance)이다. 이 기회를 주는 것은 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여 자기 지배구조를 강화하라는 것이 아니며 경영권 승계를 가속화하라는 것은 더욱 아니다. 제2 기회를 활용하여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합리적인 경영시스템을 확립하여 국민이 염원하는 대표기업으로 거듭나라는 주문이다.

검찰과 사법부 결정이 우리 경제와 자동차산업 몰락의 시작이 아니라 재도약과 재정비의 시작이었으면 한다. 현대차가 최근 처한 어려움과 그 경제적 파장을 고려한다면 법이 허용하는 한도 안에서 최고경영자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한 최소한도의 방안들을 검토해보는 것이 적어도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될 것이다. 현대ㆍ기아차가 조속히 경영 정상화를 이뤄 우리 자동차산업이 재도약하고 기업 투명성이 제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