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북한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완성, 이래도 걱정 안할 건가?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미국이 SLBM에 민감한 이유
북한 SSBN 또는 SSB 개발의 전략적 의미
제발, 걱정합시다

북한 신포조선소 선박 정박구역 내에서 발견된 선박들(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웹사이트) ⓒ연합뉴스

국민은 물론이고, 정부와 군도 별 관심을 갖지 않지만, 2020년 9월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저명한 연구소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보도하였다. 북한의 신포 조선소에 있는 여러 척의 배 중에서 SLBM 발사 시험대가 장착된 바지선을 해상으로 예인했던 선박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북한의 SLBM 시험발사 준비라는 설명이었다.

사실, 김여정에 대한 “위임통치”라는 국가정보원의 평가가 화제가 되면서 묻혔지만, 지난 8월 20일 국가정보원에서 국회에 보고할 때도 북한의 신포조선소에서 3,000톤급으로 추정되는 ‘고래’급 잠수함과 수중 사출장비가 지속적으로 식별된다면서 북한이 SLBM 3기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 건조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보고하였고, 미국의 대선 등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시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실제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동시에 SLBM을 확보하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2014년 10월 첫 번째 시험발사를 육상에서 실시한 이래 수차례의 시험발사를 실시한 후 2016년 4월 23일 해상에서 SLBM 시험발사에 최종적으로 성공하였다. 2016년 8월 24일 시험발사에서도 북한은 2,500㎞ 비행능력을 입증하였다. 2019년 10월 2일에도 북한은 SLBM 시험발사를 실시하였는데, 그것은 10월 5일부터 스톡홀름에서 개최되기도 예정되었던 비핵화를 위한 미북 실무회담을 겨냥한 것으로서, 성능 시험보다는 위력시위 성격이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이 SLBM 개발에 성공한 것은 분명하다.

SLBM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미사일이기 때문에 이것을 탑재하여 대양을 항행할 수 있는 잠수함이 필요하다. SLBM 발사를 위한 수직 발사관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최소 필요 배수량이 3000톤급 정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은 1990년대 중반에 러시아로부터 Golf급(3000톤급) 잠수함 1척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를 역설계하여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것이 ‘신포급 잠수함’ ‘고래급 잠수함’으로 우리가 명명한 것이다. 북한은 2019년 7월 23일에는 이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미국 국제전략문제연소의 분석과 이전 한국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결합하면 북한은 SLBM을 완성해둔 상황에서 그것을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의 건조에 노력해왔는데, 이제는 그것까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SSB(Submarine + Ballisticr)”이라하고, 추진 동력을 원자력으로 하면 “SSBN(Submarine + Ballistic missile + Nuclear powered)”이라고 불리는데, 북한이 추진동력을 무엇으로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은 SSB 또는 SSBN을 완성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SLBM에 민감한 이유

미국이 북한의 SSBN 또는 SSB 개발에 민감한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이 이를 개발하게 되면 바다밑으로 몰래 잠항하여 미 본토에 접근한 후 핵무기 공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은 기본적으로 발견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절대적인 생존성과 보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SSBN 또는 SSB를 보유하게 되면 소규모 핵보유국이라도 대규모 핵보유국으로 하여금 핵공격을 가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세계 5대 핵보유국 중에서 영국, 프랑스는 각각 215개와 3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의 대부분을(프랑스의 소수 공중투하 핵무기만 제외한 채) SLBM용으로 만들어서 각각 4척의 잠수함, 즉 4척의 SSBN에 나누어 항행시키고 있다. 이들의 SSBN이 4척인 이유는 정비나 휴식 등으로 교대를 하더라도 1척 이상은 항상 바다에 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러시아가 기습적인 대규모 핵공격을 가하여 모든 것이 초토화되더라도 최소한 한 척의 SSBN은 러시아의 도시에 핵무기에 의한 보복공격을 가할 수 있다. 러시아에게는 프랑스나 영국이 초토화되는 것보다 자신의 수개 도시들이 초토화되는 것이 더욱 심각한 피해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프랑스나 영국을 공격할 수 없다. 이것은 이론적으로도 인정받아 ‘최소억제전략(minimal deterrence strategy)’이라고 명명되어 논의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잠수함이 핵추진 잠수함(SSBN)일지 재래식의 디젤 잠수함(SSB)일지는 현재로서 알 수는 없으나(핵무기를 제조 능력을 구비한 북한이기 때문에 핵추진으로 제조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이 태평양에 진입하는 데 성공할 경우 미국은 북한 SLBM의 기습 핵공격 위험에 노출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저에서 상대방의 잠수함을 찾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우며, 산소공급을 위해 올라온다고 해도 망망대해에서 찾기도 어렵고, 북한은 나름대로의 창의적 방법으로 기만할 수 있다. 골프급 잠수함이라고 하더라도 항속거리가 9500km가 되기 때문에 편도로는 충분히 미국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1-2개 도시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면 미국이 아무리 강력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보복할 수 없다.

당연히 한국에게도 북한의 SLBM 개발은 중요하다.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또는 핵우산(nuclear umbrella)이 작동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하여 미국이 자신의 핵무기로 북한을 보복하고자 하면 북한은 자신의 SLBM으로 미국의 도시를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할 것이고, 이것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미국은 한국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말로 하면, 북한이 SSBN이나 SSB 개발에 성공하게 되면 핵 공격시 한국은 미국의 지원없이 고립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SSBN 또는 SSB 개발 성공에 따른 전략적 의미를 더욱 자세하게 알아보자.

북한 SSBN 또는 SSB 개발의 전략적 의미

북한이 최소한 SSB를 갖게되면 북핵 위협의 범위는 무척 확대된다. 해양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지역은 북한 핵미사일의 공격 범위가 되기 때문이다. ICBM을 개발해도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이것은 대기권 재돌입과 같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미사일 방어체제에 의하여 요격될 수도 있다. 그러나 SSBN이나 SSB는 해중을 통하여 어디로든 접근할 수 있고, 탐지 자체가 어려우며, 미사일 방어체제에 의하여 요격당하지도 않는다.

일반적이라면 잠수함은 항속거리의 1/2+SLBM의 사거리에 해당되는 범위에 대하여 위협을 가할 수 있다. 핵공격을 가한 후 회항(回航)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라면 회항없이 핵공격을 가한 후 자살하거나 항복하라고 충분히 지시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항속거리+SLBM의 사거리(9500km+2500km=1만2000km)가 위협 범위이다. 실제로 미국은 1942년 4월 18일 16대의 B-25B 폭격기에게 동경폭격(Tokyo Raid)을 수행한 후 중국 등지에 불시착하여 생존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따라서 북한이 SSB 제작에만 성공해도 미국 서부 해안에 있는 도시들은 북한 핵미사일의 공격 범위에 놓이게 된다.

일각에서는 한미 양국의 잠수함이 우수하여 북한의 잠수함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나름대로 창의적 방법을 동원할 것이고, 실제로 해저에서 잠수함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1982년 4월에 있었던 포클랜드 해전에서 영국 해군은 완전한 해상우세를 확보한 상태에서 5척의 핵추진 잠수함과 1척의 디젤 잠수함, 다수의 대잠전 수상함과 헬기를 동원하고 200여발의 대잠무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의 디젤 잠수함 1척을 격침시키는 데 실패한 바 있다.

북한이 SSBN이나 SSB를 확보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의 확장억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도 “서울을 방어하기 위하여 뉴욕을 위태롭게 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되면서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철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한미동맹은 파기 의사를 표명한 후 1년이면 파기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북한의 SSBN 또는 SSB는 일본에게도 심각한 위협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본 역시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한국 지원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SSBN 또는 SSB가 미국의 확장억제를 차단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북한은 남한에 대한 공격의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미국만 지원하지 않으면 비핵국가인 남한을 핵무기로 공격하거나 위협하여 정복하는 것은 여반장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기습적인 제한공격을 통하여 수도권을 점령한 후 SLBM으로 미국의 어느 도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협상을 요구하면 미국이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높다. 일단 협상을 하게되면 시간을 끌면서 북한은 수도권을 공산체제로 전환시킬 것이고, 그러다가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면 남한 전체를 석권할 것이다.

제발, 걱정합시다

이론적으로 볼 때 북한의 SSBN 또는 SSB의 위험이 이렇게 심각하지만 우리 정부와 군은 너무나 태연하다. 개발에 별 관심도 갖지 않는다. 그것이 SSBN인지, SSB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우리 안보에 대한 결정적인 위해가 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남의 일 이야기하듯이 한다. 8월 20일 국정원에서 국회에 보고했어도 국회와 언론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듯이 우리나라의 누구도 북한의 SLBM 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특이한 정부이고, 특이한 국가이다.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입이 아프도록 외쳐도 정부는 천하태평이다. 나중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하겠지.

북한이 SSBN 또는 SSB를 개발하는 것은 한국에게는 너무나 중대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이 한국 안보에 주는 영향을 평가하며, 필요한 대응책을 검토하여 강구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잠수함을 통하여 한국에 핵공격을 가한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북한의 SSBN 또는 SSB로 인하여 한미동맹이 위태로워지면 그 어떤 대책이 가용한가? 등의 질문을 제기하고 해답을 찾아야 하며, 필자와 같이 궁금해하는 국민들에게 답변을 해야 한다.

당연히 군대도 북한의 SSBN 또는 SSB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이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검토하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 북핵 대응을 중심으로 정책, 업무, 전력증강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선제타격 태세와 미사일 방어체제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미연합사를 중심으로 한미 연합 차원의 대응책을 강구하고, 그 중에서 미국이 해야할 바와 한국이 해야할 바를 분담하여 신속하게 조치해 나가야 한다.

당연히 국민들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북한은 상당한 숫자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양과 질을 계속 증대시켜 나갈 것이며, SSBN 또는 SSB를 완성하게 될 경우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매우 취약해지고, 한미동맹까지 위태로워진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 인식에 기초하여 정부와 군대에게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나가며

누구나 “괜찮겠지”라면서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다.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라는 노래에 취하고 싶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여 현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적화통일 야욕을 포기했는가? 우리가 몇 년 동안 북핵을 잊어 왔지만, 북핵은 없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계속 증강되었으며, 이제는 SSBN 또는 SSB를 완성하여 우리의 명줄과 한미동맹을 극단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게 수년동안“괜찮겠지”라고 편안해온 대가이다.

대통령은 헌법 제66조 2항에 의하여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이라는 책무, 즉 국가안보에 관한 책무를 부여받았다. 그렇다면 북핵 위협으로부터, 특히 북한의 SSBN또는 SSB 개발 시 그 책무를 어떻게 완수하겠다는 것인지 국민에게 보호하라.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대통령의 책무를 등한시하는 심각한 직무유기의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원문보기: https://www.dailian.co.kr/news/view/917739/?sc=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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