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성공조건 / 김현수 한국IT서비스학회 회장 국민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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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던 장마가 끝나서 다행이다 했더니, 이제는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 모름지기 순풍의 시간은 짧고, 역풍과 시련 속에 살아내야 하는 시간은 길다. 한미FTA에 대한 찬반논의가 고조되고 있고, 소프트웨어 및 IT서비스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도 진행되고 있다. 어느 쪽이 순풍이고 역풍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고,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FTA체제와 시장개방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IT분야는 현재 가장 개방된 분야 중의 하나다. 패키지소프트웨어를 포함하여 기본적으로 IT제품은 무관세이며, 또 WTO에서 컴퓨터관련서비스도 개방했다. 원론적인 개방 이슈가 없다고 하여, 한미FTA가 IT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FTA는 현재시장보다 미래 시장에 더욱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시장구도 및 규범 체계를 만들기 위해 협상대표단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성공적인 FTA를 위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선 FTA체결이 산업구조 고도화를 촉진하여 산업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 유통업에서 월마트, 까르푸 등 굴지의 외국기업들이 이마트 등 국내기업들에 도전했다가 결국 실패하고 피인수된 사례가 있다. 개방의 결과로 경쟁력이 강화된 사례이기는 하나, 순서가 반대다. 즉, 국내기업들이 이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기업들의 도전을 물리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멕시코 등의 사례는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서의 개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었다. 따라서 FTA체결 이후로 산업구조 고도화를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IT서비스업과 패키지소프트웨어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와 효율적인 협업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업이다. 자체 R&D 기능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능한 대표 IT서비스 기업들이 많이 탄생되어야 하고, 이들 기업과 솔루션 및 패키지소프트웨어 기업들과의 협업시스템도 개발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그 과정에서 도태되어 사라진 5000여개의 기업들을 생각하며, 산업의 장기 생존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다음으로 FTA 체제하에서 많은 고용 창출이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다소 낙관적이다. 개방의 최대이슈는 서비스산업이며, 서비스업에서 최대 자원은 인력이다. 네트워크를 통한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인력이 근무하는 물리적 위치 제약이 거의 없어진다. 따라서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국가에서 보다 많은 고용 창출이 일어날 것이다. 학계와 산업계의 공동작품이 우수 인력인데, 우리의 교육과 서비스산업 모두 아직 열세이다. 우수한 서비스 산업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교육시스템과 교육과정 개발이 시급하다. IT서비스업의 경우 서비스 모듈화와 고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비관세 장벽과 관련된 법과 제도의 구축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실질적으로 미국법과 제도를 글로벌 시장에 정착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규제주권을 유지하면서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와 디지털콘텐츠의 전자적 거래의 경우, 전자상거래라는 독립개념으로 다루면 새로운 교역질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데, 국내 고용 및 세수 위축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절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미국은 대공황기에 제정한 미국산우선구매법(Buy American Act)이 아직도 건재하므로, 정부조달시장도 새 규범이 필요하다.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진정한 현실주의자가 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