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김대환] 우정 / (음악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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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의 피아니스트 긴즈부룩 선생님을 만난 것은 러시아 영 뮤지션 국제 콩쿠르를 심사하러 가는 기차 안에서였다. 심사위원장인 모스크바 음악원의 크라브첸코 교수님으로부터 그녀가 교수님의 클래스 반주자라는 소개를 받고는 믿어지지 않아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혹 반주라고 하여 쉽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클래스 반주를 맡으려면 체력, 집중력에 순발력까지 갖춰야 한다. 학생들마다 박자와 음악 성향이 다를 뿐 아니라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는 무대에서 실수가 잦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반주는 다른 분야보다 은퇴가 빠른 편이다. 이번 콩쿠르에서 교수 음악회와 모스크바 음악원 학생들의 반주를 담당한 긴즈부룩 선생님은 크라브첸코 교수님이 음악원 학생이었을 때 반주를 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50여년을 함께 일했다고 한다. 사실 예술인, 즉 아티스트란 말은 이중적 어감을 갖고 있다. 특히 공연 기획자들로부터 “그분 아티스트잖아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분 무척 예민하고 까다로운 분이잖아요”라고 해석하면 거의 틀림이 없다. 완벽을 기하는 연습과정과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음악인들에게 둥글둥글한 성격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경지에 오른 두 예술인이 함께해온 50년의 세월은 놀랍기만 하다. 콩쿠르에서 긴즈부룩 선생님이 협주곡을 반주할 때는 오케스트라의 음향이 연상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그러나 그녀의 진가는 무대 뒤에서 더 빛났다. 긴장한 학생들을 할머니처럼 다정하게 격려해주셨고 그날 일정이 끝나면 다음날의 연주를 위해 늦도록 연습을 하기도 하셨다. 그런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크라브첸코 교수님의 인격 역시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격과 실력이 비례하는 경우가 흔치 않아서일까. 불과 20대에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가 되었고 연주가로, 교육자로, 또한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그 국제적인 명성이 높음에도 지극히 겸손한 교수님을 뵈니 그 분의 제자들은 그에게서 바이올린뿐 아니라 성품까지 배우고 싶어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기차 안에서 담소를 나누던 두 분의 우정은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주는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실력과 인품을 두루 갖춘 두 분의 우정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란다. 원문보기 : http://www.kukinews.com/special/article/opinion_view.asp?page=1&gCode=opi&arcid=0920653828&cp=n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