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포커스] 방역보다 센 北대남정책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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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서 주유, 평양서 저녁'
통일부의 고관은 이러한 말을 해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물론 진보 정부는 이러한 말을 더 많이 하지만, 보수 정부에서도 같은 경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남북한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이러한 희망은 비현실적이다. 평화공존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표현을 인용하면 "따뜻한 평화"가 아닌 "차가운 평화"의 형식이 될 것이다. 만약 남북 간에 보통 국가처럼 여행과 교류의 자유화가 생긴다면 북한 국가는 조만간 붕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 엘리트 계층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북한의 대남정책을 결정하는 동인(動因)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1:28에 달하는 1인당 GDP 격차다. 다른 하나는 남북한이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며, 원래 같은 국가로 지냈을 뿐만 아니라, 얼마 전까지 자신들이 같은 민족이라는 교육을 대단히 많이 실시했다는 점이다.
북한 인민들에게 남한의 빛나는 경제성장은, 북한 세습정권의 무능을 매우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분단 때 남한보다 발전돼 있던 북한이 지금 이만큼 어렵게 살게 된 것에 대해 평양 당국이 인민들을 납득시킬 만한 설명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지금 북한 엘리트 계층은 이 사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열심히 찾고 있는데, 2023년부터 김정은이 주장하기 시작한 '2국가론'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다. 북한은 '2국가론'을 통해서 남과 북이 서로 다른 민족이라고 인민들을 설득할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인민들이 남한을 또 하나의 외국으로 보게 된다면, 남한 사람들의 생활수준에 대한 부러움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래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십 년의 시간이 요구된다.
그 때문에, 북한 당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제일 바람직한 것은 쇄국정치이다. 북한 사람들은 저렴한 휘발유를 넣기 위해서 또는 맛있는 요리를 먹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남한 사람들을 본다면, 남한에 대한 부러움이 폭증하고, 자신의 지도자들과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이 급속히 높아질 것이다.
상식과 달리, 북한 당국자들이 무섭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에서 위험한 사상이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북한은 자유민주주의든 사회민주주의든 아니면 인권의식이든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조선 사람들이 입은 옷, 타는 차, 먹는 음식'에 대한 지식의 확산이다. 그래서 북한 당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사람은 누구든지 에볼라,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이라는 세균'의 매개체이다.
대북 제재가 완화될 경우, 남북 교류는 재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자유 왕래는 불가능하다. 북한을 방문할 한국 사람들은 심한 감시를 받을 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고립 대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먼 미래에 평양을 경유하는 베이징행 기차가 생긴다고 해도, 이 기차를 탈 한국 사람들은 평양역에 하차하지 못할 것이다.
여러 이유, 특히 정치적 이유 때문에 한국은 북한과 교류 및 교역을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류를 할 때 지나친 희망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예측 가능한 미래에 남북한 사이에 자유 왕래와 인적 교류는 불가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