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오늘, 당신은 무엇을 했나요? 취업 준비가 한창인 4학년 당신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지난 대학 생활을 되돌아봤을 것입니다. 재밌는 일도, 신나는 일도 많았고 나름대로 행복했던 것도 같은데 왜 이렇게 빈칸은 채우기가 어렵고 공허한 마음은 밀려오는 것일까요. 최선을 다해 달려온 나이지만 만약 나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내가 찾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요? 내 인생의 방향을 찾고 싶은가요? 아니면 아쉬움이 남는 학점관리나 스펙관리에 더 힘쓰고 싶은가요? 국민*인들에게 묻습니다. 몇 년 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내가 좀 더 노력했으면 좋았던 것은 무엇인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그 날이니까.

 

 

 

응답자 116명 중 61.2%인 71명이 돌아가고 싶은 학년으로 1학년을 꼽았다. ‘새내기’라는 이름표를 달고 선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1학년 때, 우리는 그 시절로 돌아가 무엇을 하고 싶을까.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새로운 시작, 리셋’이었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으로 돌아가 더 많은 경험과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1학년 시절은 뭐든지 할 수 있고, 해봐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학년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학년으로 돌아가 마음껏 놀아보고 싶다는 응답자도 있는 반면 1학년으로 돌아가면 노느라 신경 쓰지 못 했던 학점을 복구하고 싶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신나게 놀되 학점은 챙겨라.’ 어렵지만 할 수 있다. 대신 잠은 포기하는 것으로 한다. 20살의 패기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도 13.8%로 꽤 높았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해보고 싶다.’, ‘지금도 무슨 일을 겪게 될지 충분히 기대된다.’ ‘과거에 대한 후회가 없다.’ 등을 들며 현재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금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라는 로맨틱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추억을 바꾸고 싶지 않다.’, ‘돌아가도 똑같을 것 같다.’는 이유도 있었다.

 

 

 

돌아가고 싶은 학년으로 돌아가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여행’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고. 여행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꿀맛 같은 휴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의 방향을 잃은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한다. 또 누군가와 함께 떠난 여행은 둘 사이에 잊지 못할 추억과 유대감을 선사한다. 더 많은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시각을 가지지 못한 데 대한 국민*인들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사회생활을 한 후에는 여행을 계획하기가 더 어려워질 테니까. 떠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헤르만 헤세는 말한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다음은 학점 올리기와 연애였다. 공부와 연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힘들다는 것이 답변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 ‘과탑’과 ‘CC(캠퍼스 커플)’를 꿈꾼다. 대학생활의 로망이랄까. 졸업하기 전에 한번 이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졸업을 코앞에 둔 국민*인이 아니라면 졸업하기 전에 한 번은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 다가오는 다음 학기를 기대해본다. 기타 의견으로는 '모두 해보고 싶다'가 많았고, 전공 공부, 친구들과 돈독한 우정 쌓기 등이 있었다.

 


'돌아가고 싶은 학년으로 선택한 과거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약 24%의 응답자가 3점이라고 답했다. 참 아쉬운 숫자다. 후회가 많이 남는 만큼 돌아가고 싶다는 뜻일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한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지식 그대로 초등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난 전교 1등을 하겠지!' 대학생이 된 지금도 우리는 상상한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그대로 과거 학년으로 돌아간다면 난 천하무적이 되겠지! 뭐든지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내게 주어진 자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다만 내게 주어진 오늘도 누군가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시점이라는 것을 새기면서 새로운 내일을 시작해보자. 1년 후 오늘의 나에게 자신 있게 10점을 주는 국민*인이 되는 그날까지.